다이어리 잘 활용하면 ‘하루가 48시간’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는 어린 시절 ‘축구 일기’를 썼다. 초등학생 시절 그의 일기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축구 얘기로 도배돼 있었다. 매일매일 축구에 빠져 살며 축구에 대한 고민을 적어 나간 열정이 성공의 초석이 됐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일기는 한 사람의 삶의 기록이면서 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그냥 있었던 일을 모두 기록하면 끝일까? 일기 및 다이어리의 ‘고수’ 들은 일기를 잘 쓰는 법과 잘 꾸미는 법, 잘 관리하는 법이 모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타가 인정하는 일기·다이어리의 고수 세 명에게 일기 잘 쓰는 법을 들어봤다. 여기서 ‘일기’는 그날그날의 기록을, ‘다이어리’는 일기와 스케줄과 미래계획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인기록을 뜻한다.
◇다이어리 꾸미기의 ‘고수’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날의 일을 기록하기도 한다.

#‘일기 고수’ 김수홍씨의 일기 쓰는 법

‘일기 비책’(바탕교육)의 저자로 ‘일기쓰기 전문가’로 불리는 김수홍씨는 “일기는 한 사람의 삶과 함께하며 그 삶을 가꾸고 꿈을 이루게 하는 든든한 친구이며 스승”이라고 정의했다. 김씨는 “일기는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고 글 쓰는 힘도 기를 수 있다”며 “일기를 잘 쓰면 논술·취업시험·보고서 작성 등 삶의 모든 분야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일기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기쓰기의 원칙으로 ▲한 가지 사건을 접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가져라 ▲일기쓰기가 익숙하지 못할 땐 제목을 붙이면 주제에 집중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저녁에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글감이 생각나면 바로 써라 ▲서술체가 지루하게 느껴질 땐 대화나 혼잣말 등을 삽입하면 더 생생한 일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는 넋두리형 일기·단순나열형 일기·밋밋한 일기·전달식 일기 등은 오래 써 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글솜씨도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기쓰기에 익숙지 않다면 수필 형식·편지 형식·시형식 등으로 다양화해 써 보는 것도 좋다”며 “일기쓰기를 어린 시절부터 습관화하면 삶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날 찍은 사진을 오려 붙여 놓으면 그날의 사건을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3년 동안 쓸 수 있는 ‘3년일기’. 3년 동안 일기를 쓰면서 비교분석할 수 있다.

#‘다꾸 고수’ 서영민씨의 다이어리 꾸미는 법

10∼20대는 흔히 인터넷 세대로 인식되지만, 의외로 스티커와 일러스트, 색색가지 펜 등을 사용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열광하는 사람도 많다. 왜 시간과 돈을 들여 꾸미는 걸까? 회원 18만명을 거느린 네이버 카페 ‘다이어리 꾸미기’의 매니저인 서영민씨는 “다이어리를 꾸민다는 것은 자신의 기록에 개성을 담는 것”이라며 “몇년 전 나의 모습과 생각을 단순히 글 한줄로 남기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다이어리 꾸미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이를 예쁘게 꾸며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자료로 남겨둔다는 것이다. 다이어리는 일기장처럼 그날의 일을 길게 쓸 수도 있고 메모장처럼 간단하게 적을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그날의 일을 다이어리의 칸 크기에 맞게 기록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서씨는 ‘다꾸’를 3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로 깔끔하게 일과를 정리하는데 익숙해지면서 간단한 그림이나 스티커로 그날의 기분이나 메뉴 등을 표시한다. 글자만 가득찬 다이어리보다 훨씬 보기 좋아진다. 2단계는 사진을 이용한다. 잡지에서 사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가고 싶은 곳 등의 사진을 오려 붙인다. 다이어리가 점점 화려해진다. 3단계는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단계다. 자신을 닮은 캐릭터가 그날의 일과 기분, 계획 등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꾸민 다이어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진다. 문구점에서 파는 스탬프나 색색의 포스트잇, 스티커 등을 활용해도 재미있다.
◇다이어리에 그날 사용한 티켓이나 영수증 등을 모아두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대표적인 바인더형 다이어리인 프랭클린 플래너 2008년 제품.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표지를 디자인했다.

#‘다이어리 활용 고수’ 니시무라의 다이어리 활용법

‘성공하는 사람의 다이어리 활용법’,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순서가 한눈에 보이는 정리의 기술’ 등의 저서를 잇따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낸 니시무라 아키라씨는 다이어리 관리와 시간관리의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다이어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루를 48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다이어리는 스케줄과 메모관리 기능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해 나가는 데도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니시무라씨가 ‘성공하는 사람의 다이어리 활용법’(황금부엉이)을 통해 강조하는 다이어리 활용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가을부터 내년을 위한 새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내년 설계를 시작하라 ▲잠자는 시간을 깨워라 ▲다이어리를 데이터뱅크로 만들어라 ▲대형 프로젝트는 포스트잇으로 세분화하라 ▲다양한 색깔로 업무를 구분하라 ▲1시간을 4등분해 시간을 관리하라 ▲꼼꼼함이 인맥을 키운다는 점에 유의하라 ▲외부사람들과 점심약속을 만들어라 ▲인생계획표를 만들어라 등이다.

그는 “다이어리를 쓰는 목적은 업무나 회의 일정을 잊지 않는 게 아니라 그 사이의 공백을 찾아내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직장인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자기계발과 인맥관리를 다이어리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사진:제토이디자인)
◇책 모양 다이어리로 10∼20대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악몽 다이어리’ 세트. 편지봉투와 스티커 등이 포함돼 있어 다이어리 꾸미기에 좋다.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탬프.◇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


디자인보다 실용성 우선

>> 일기장·다이어리 고르는 법
 

일기를 쓰기로 했다면 마음에 드는 일기장 또는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이 급선무다. 문구점이나 서점에 가면 수백 종류의 다이어리가 있는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우선 고려할 사항은 실용성과 본인의 생활 패턴이다.

일반적으로 노트처럼 생긴 것은 일기장, 스케줄이나 메모를 체계적으로 써넣을 수 있는 두툼한 것은 다이어리로 구분한다. 속지가 백지 또는 노트용 줄이 쳐진 종이로 구성된 일기장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케줄 관리는 힘들다. 다이어리는 필요한 기능별로 속지가 세분화돼 있어 들고 다니면서 들춰보거나 필요한 사항을 메모하기에 편리하다.

다이어리는 크게 책 모양 다이어리, 바인더형 다이어리, 포켓북 등으로 구분된다. 책 모양의 다이어리는 사진, 일러스트, 캐릭터 등이 인쇄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나 속지를 갈아끼우거나 사용자 편의에 맞게 변경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1년 분량으로 제작된다. 최근 디자인에 신경 쓴 세련된 제품이나 인기 캐릭터나 유명 화가의 작품을 그려넣은 제품이 늘어나면서 바인더형 다이어리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휴대가 간편한 포켓북 형태의 다이어리.

바인더형 다이어리는 겉과 속이 분리될 수 있도록 링 바인더를 이용한 것으로, 사람들이 다이어리 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형태다. 속지를 계속 바꿀 수 있어서 실용적이며, 겉표지에는 카드꽂이와 명함꽂이 등이 달려 있다. 속지만 바꾸면 몇 년 동안 쓸 수 있으므로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며, 값비싼 가죽 등의 소재로 만들기도 한다. 가죽 소재는 손때가 묻을수록 멋스럽다.

포켓북은 얇고 작은 수첩 크기의 다이어리를 뜻한다. 작고 가벼워 셔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한 페이지에 일주일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고 짧은 일기를 쓰기에 적당하다.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주로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온라인 일기’도 추천할 만하다. 온라인 일기 사이트는 ‘인터넷일기장’(www.cyber-diary.com), ‘누드다이어리’(www.nudediary.com), ‘앤체리’(www.ncherry.com) 등이 있는데 회원들이 서로의 일기를 읽고 조언하고 격려하는 형식으로 쓸 수 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 서비스에도 일기 기능이 있다. 블로그 일기 코너에 일기를 쓰면 날짜별로 찾아보기도 쉽고, 그림이나 사진을 삽입할 수도 있다.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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