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 요인은 관리자의 리더십이다. 리더들이 일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는가에 따라 조직의 창의성이 달라진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는‘창의성 경제(creativity economy)’시대라고들 한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 상상력 등을 바탕으로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차별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성이 있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창의성의 원천은 사람이다. 따라서 조직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창의성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핵심 요인은 관리자들의 리더십이다. 일과 책임을 부여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창의성이 좌우된다.  
 
창의성을 발현시키기 위해서 리더들이 역점을 두어야 할 역할과 조직 관리 포인트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창의성 발현을 위한 기초는 전체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를 짜내고 기존과 다른 해법을 연구하는 ‘생각’이라는 활동을 많이 하게 해야 한다.  
 
● 생각의 업무 부여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있어, 머리를 쓰게 하는 일을 많이 부여해야 한다. 단순 반복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잡무에 시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60년 전에 변두리의 작은 방직기 제조 회사로 출발하여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한 도요타의 성공 비결은 제조 현장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개선 활동(Kaizen)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의 근본 동인은 현장 직원들이 설비에 종속되어 기계적으로 일하지 않고, 더 나은 품질, 더 효율적인 제조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게 하는 것에 있다. 도요타의 일하는 방식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워크 하드(work hard)’라기 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씽크 하드(think hard)’ 문화에 가깝다. 이러한 ‘씽크 하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잡무를 줄여주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일을 발굴하여 배분하는 창의적인 ‘직무 디자이너(job designer)’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생각의 시간 부여 
 
구성원들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생각할 여유와 시간을 갖게 하는 것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업무 시간의 15%는 회사의 정규 업무를 벗어난 다른 일에 쓰도록 하는 3M의 15% 원칙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창의적인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구글에도 이와 비슷한 근무 원칙이 있다.  
 
‘70:20:10’이라는 것이다. 이는 70%는 회사가 부여한 업무에 시간을 쓰고, 20%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나머지 10%는 명상이나 아이디어 구상과 같은 생각하는 일에 쓰라는 지침이다. 3M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의 공통점은 매우 창의적인 혁신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창의적인 문화를 갖게 된 배경에는 이렇게 구성원들의 생각 기능을 작동시키는 근무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 폐기 학습의 장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하게 하는 발상의 전환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상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이나 과거 성공 체험에 따른 고정 관념을 버리려는 ‘폐기 학습(unlearning)’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회사에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업무 매뉴얼이 있다고 하자. 그 업무 매뉴얼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매뉴얼 대로 따라 하면 편하게 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발전은 없다. 즉, 창의성이 나오기 어렵다.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하고, 과감히 버리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다. 어느 대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시장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매번 동일한 양식으로 숫자만 달리해서 제출되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봤더니 시장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매뉴얼이 있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습니다. 분석하는 방식이 같으니, 결과도 비슷하고,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아이디어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존 매뉴얼이나 보고서 양식을 다 잊고 제로 베이스에서 접근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매우 힘들어 했지만, 훨씬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고, 보고서의 질도 좋아지더군요……”.   
 
● 건설적 위기 조성 
 
발상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기존의 방법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치열하게 해법을 고민할 때,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후지츠의 고바야시 전 회장은 “편안한 상태에서 긴장감이 없으면, 창의적인 지혜가 나오기 어렵다. 지혜는 벼랑 끝에 매달려 살아남기 위해 전력 투구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하였다. 좀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아폴로 13호’의 귀환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공기 정화기 고장으로 우주선 내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비행사들이 질식할 위기가 생겼다. 지상의 관제 센터에서는 기술자들을 불러 모아 우주선에 있는 깔때기, 테이프, 호스 등을 이용하여 공기 정화기를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한다. 몇 시간의 고민 끝에 볼품은 없지만, 공기 정화기가 만들어졌다. 우주 비행사들은 지상의 기술자들이 알려주는 대로 작업을 하여 임시 공기 정화기를 만들어 위기를 벗어난다. 소중한 우주 비행사들을 잃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잡동사니들을 모아서 공기 정화기를 만들어내는 평소와는 다른 창의성을 불러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위기의식은 통상 시장 환경의 어려움이나 성과 저하에 봉착할 경우에 생긴다. 그러나, 리더가 달성하기 힘든 매우 높은 목표를 부여하여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이를 ‘건설적 위기(constructive crisis)’라 한다. 달성하기 힘든 높은 목표는 기존과 다른 창의적인 방법을 찾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한 실험 결과를 보자. 나란히 늘어선 7명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오렌지 한 개를 주고 7명 모두의 손을 거쳐 가장 빨리 왕복해 전달하라고 요구하였다. 처음에는 한 사람씩 전달하는 방법으로 7~9초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1초 안에 성공시키라’는 목표를 부여하자, 모두 서로 손을 연결한 상태에서 오렌지를 굴리는 방법을 생각해 내어 1초 안에 끝냈다고 한다.
 
생각을 표출하게 한다  
 
구성원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제안하도록 하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더라도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 토론과 대화 유도 
 
개인의 생각을 표출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수단은 치열한 토론과 대화가 있는 회의 문화다. 토론과 대화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자, 각 개인의 다양한 생각들이 충돌하고 융합되어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티맥스소프트사의 사장은 국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서운 질문과 논리적 대응, 재공격으로 이어지는 열정적 토론이야말로 창의력 개발의 원천”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직위를 떠나 다양한 생각을 밀도 있게 교환하는 토론과 대화의 장이 없으면, 구성원들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 ‘침묵하는 조직’이 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짐 콜린스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일류 기업들은 임직원 간에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매우 시끄럽고, 진실이 들리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 질문과 경청 
 
직위를 떠난 건강한 토론과 개방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상사가 부하들에게 지시하거나 자기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나 훈계는 부하들의 손발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리를 쓰게 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은 해답을 찾기 위한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여기에 질문에 대한 구성원들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이 덧붙여진다면 금상첨화다. 다소 엉뚱한 이야기, 상사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말을 하고,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상사가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인내심이 부족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 성향이 강하면, 부하들은 입을 닫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고 상사의 눈치만 살피게 된다.  
 
일류 기업들의 조직 문화적 특징 중 하나는 경영의 이슈와 해법을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토론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경청을 잘 하는 상사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생각의 실행을 지원한다 
 
구성원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밖으로 끄집어낸 다음에는, 그 중 가치 있는 것들을 선별하여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아이디어의 실행을 촉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 판단  
 
구성원들이 발의한 아이디어가 실행에 옮겨지기 위한 첫 단추는 조직과 상사로부터 아이디어가 의미가 있는 것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리더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당장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는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 마인드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들이 단기 성과를 우선하면, 미래의 잠재 가치가 크더라도 당장에 효익이 기대되지 않는 아이디어들은 경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애써 발의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사장되고,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의 창의성 발현의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아이디어의 가치 판단시, 리더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3M의 경우 구성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 상품이 단기적으로 시장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버리지 않고 일단 중장기 연구 아이템으로 등록시켜 놓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검토한다고 한다.    
 
● 실험 학습의 장려 
 
구성원들로 하여금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과감히 실험해 보게 하는 것도 중요한 창의성 촉진 요인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리스크가 있고, 불확실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직접 실험해 보고 배우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소위 ‘실험에 의한 학습(learning by experiment)’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라는 책을 보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장수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로 실험 정신을 꼽고 있다. 장수 기업들은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그 중 잘 되는 것에 집중한다’는 실험 학습의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전략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들을 일단 실행으로 옮겨 보고 그 중 잘 되는 것은 계속 발전시키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는 실험 학습이 장수 기업의 성공 비결인 것이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들이 나오는 배경에는 어떤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믿고 실행으로 옮기도록 하는 리더들의 기업가적 실험 정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3M의 경우가 그렇다. 예컨대, 맥나이트, 리처드 칼턴 등 3M의 역대 CEO들은, “한 번 해보게 하라, 그것도 지금 당장!”, “무엇인가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연히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라고 말하면서, 아이디어의 실험을 적극 지원하였다고 한다. 방수용 사포,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 잇 등 3M이 창출한 수 많은 세계적 히트 상품들은 모두 다 이러한 실험 학습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Wii’ 등 독창적인 상품으로 게임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닌텐도도 마찬가지다. 닌텐도의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창의성,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독보적인 회사가 되는 데 힘써라. 회사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한 뭔가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얼마든지 써라.”
 
● 창의적 실패의 수용과 격려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해 보고 발전시켜가도록 하려면, 그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 등 물질적 지원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과거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컨대, R&D 경우, 신제품 개발에 실패한 기술자들에게 그 경험을 살려 새로운 제품 개발에 도전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소니는 1980년대 후반에 ‘NEWS’라는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하였으나, 시장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소니의 경영진은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었다. 이들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학습한 기술적 경험과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중시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이 바로 세계적으로 히트한‘VAIO’노트북 컴퓨터였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강성한 나라에는 패자 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풍토가 있었다. 고대 로마 제국이 그렇다. 초창기 로마가 제국으로 가는 패권을 쥐는 과정에는 북아프리카의 강자 카르타고와 국운을 건 치열한 전쟁(포에니 전쟁)이 있었다. 승리한 로마와 패망한 카르타고 간에는 상벌 관행에 있어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카르타고는 전쟁에 패한 장수를 사형시키는 등 강력한 벌을 준 반면, 로마는 패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예컨대, 카르타고 군대를 격파하고 최종 승리를 쟁취한 로마군의 지휘자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라는 장군이었는데, 그는 과거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에 침입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게 뼈아픈 패배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창의적인 실패를 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실패는 없으나 도전하지 않는 복지부동형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역발상적인 상벌 관행의 정착도 필요하다. 예컨대, BMW의 경우, 구성원들이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도록 하는 의미에서, ‘이 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상’과 같은 이색적인 포상 제도를 운영한 적도 있다고 한다.  
 
상사가 더 많이 생각해야   
 
앞서 언급한 것들은 구성원들에 대한 촉진자, 지원자로서 역할 즉, 다른 사람을 이끄는 ‘Lead Others’ 측면에서 요구되는 창의성 촉진 요인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상사가 솔선수범하는 ‘Lead Self’ 측면에서 행동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상사 본인 스스로가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공부하고 연구하는 상사 
 
세계적인 기업 리더들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리더 본인 스스로가 부하 직원들보다 휠씬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일주일에 평균 70시간 이상 일하는 일 벌레이자,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공부 벌레’라고 한다. 일년에 두 번씩, 일주일간 혼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가서 전 세계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제안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해법을 연구하는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갖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연구할 주제를 제출한 후, 1주일 동안 생각한 결과를 보고하고 평가 받는다고 한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 역시 공부하는 리더다. 그는 일주일에 약 40여 개의 경영 관련 논문이나 잡지를 읽고, 1년에 약 7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라고 한다. 머크의 전 CEO 로이 바젤로스도 주말 등 과외 시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의학 관련 저널이나 책을 읽는데 할애하고, 구성원들과 토론을 통한 아이디어 교환을 즐겼다고 한다.  
 
이렇게 리더가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발상을 전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특히, 리더 본인의 학습 노력은 부하 직원들이 발의하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즉, ‘흡수 능력(absorptive capacity)’을 키우는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흡수 능력이란, 어떤 아이디어나 정보에 잠재된 가치를 간파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리더의 흡수 능력이 부족하면, 구성원들이 아무리 창의적인 혁신 아이디어나 지식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항상 어딘가 어색하고 불확실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아이디어의 숨어 있는 잠재 가치를 간파하는 안목이 있어야 창의성이 꽃을 피울 수 있다.
 
흡수 능력은 리더가 과거의 성공 체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는 강도 높은 학습 노력을 통해 키워진다. 부하 직원 이상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스탭 등 부하 직원들이 제시하는 보고서에 의존하는 리더는 창의성을 잘 이끌어낼 수 없다.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Thinking Leader’가 되어야 할 것이다.  <끝>
‘인재전쟁’ 시대에 외부 인재의 유치 못지 않게 내부 인재의 활용이 중요하다. 내부 인재를 잘 활용해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해 실패한 기업의 사례들을 비교해 보고, 한 마디 말이 어떻게 인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지 살펴본다.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성공하는 기업이 되려면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뛰어난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빌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장 걱정하는 경쟁사가 어디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라고 대답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골드만삭스에게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휴렛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 역시 인재 확보를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들었다. 인재들을 확보해 이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로 인재가 기업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인재를 끌어 모으는 데 아낌없이 돈도 쓰고, CEO까지 발로 뛴다. 가히 인재전쟁(Talent War)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애써 뽑은 신입사원, 비싸게 주고 데려온 인재가 정작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뽑을 때는 뛰어났던 사람이 그저 그런 범재로 바뀌기도 하고,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떠나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투자한 기업으로서는 손해도 크거니와 어리둥절한 상황을 맞게 된다. 특히 외부에서 완성된 인재를 영입하기보다 내부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려는 기업의 경우에는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경영학협회에서는 새로 뽑은 구성원이 18개월 안에 떠나는 경우 그를 대신할 사람을 뽑는 비용이 떠난 사람이 받는 연봉의 30% 정도라고 계산했다. 여기에 교육과 훈련에 드는 비용이 연봉의 100% 정도라고 하고, 채용할 때 든 부수비용까지 더하면 인재를 대치하는 비용이 연봉의 한배 반이나 들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사람을 잘 못 보았다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한 사람을 뽑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인사과 사람들이나 사람을 수없이 다뤄본 CEO나 임원들이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 모두가 잘못 보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보다는 인재를 뽑기는 뽑았으나, 제대로 키워나가지 못하고 되려 인재를 ‘죽이는’ 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많은 인재 양성 전문가들은 이미 확보한 인재들에 대한 파악과 유지가 인재 양성의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는 인재를 데려오려는 인재전쟁보다, 데려온 인재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즉 인재 살리기가 인재경영 의 관건이 된다. 그런데 2004년 한 인사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400명의 기업 인사담당자들 중 1/3만이 회사 내부의 인재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인재경영의 관리 항목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가진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기가 죽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면 더 이상 인재가 아니게 된다. 그럼 무엇이 인재를 ‘죽이는’ 것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사람의 기를 죽이는 것은 주로 다른 사람들의 말, 특히 리더가 하는 말 한 마디이다. 표면적인 결과물에 대한 말부터 가장 내면적인 사람의 가능성에 대한 말에 이르기까지, 어떤 말들이 인재를 죽이는지 살펴보자.  
 
인재 Killer #1 :  “애는 썼는데…, 이거 영 아닌데.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겠지만, 우리의 기업 문화는 대체로 비판은 후하고 칭찬에는 인색하다. 밤새 보고서를 써갔는데, 기껏 “이것밖에 안되냐? 머리 좀 써라”라는 한마디밖에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몇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지고 ‘열심히 해서 무엇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여 점차 일을 덜 열심히 하게 된다면, 아무리 인재가 모인 조직이라도 성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말이 많이 들리는 조직은 인재들에 대한 동기부여에 실패하게 되어, 인재를 채용하는데 투자한 보람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한 일이라도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피드백하여 주는 것이 상사의 한 가지 역할이다. 그러니 잘한 것이 없는데도 무조건 칭찬하라는 것은 아니다. 잘못한 것을 지적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피드백을 시작할 때, “이건 잘했네” 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먼저 한 마디 말해주고 보완할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인재의 기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일본 국립 생리심리학 연구소의 사다토 노리히로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칭찬을 받을 때와 돈을 벌 때 뇌의 활동이 유사하다고 한다. 일에 대한 칭찬 한 마디가 두둑한 보너스만큼이나 인재의 기운을 돋울 수 있다.
 
기업의 예를 살펴봐도 이 효과는 확실하다. 미국 최대의 할인점 체인인 월마트를 창시한 샘 월튼은 “가장 좋은 동기부여의 방법은 직원들이 잘한 일을 리더가 충분히 잘한다고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월마트가 창립 이후 30년간 연 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하도록 한 그의 리더십 비결 중 하나였다. 그의 사후에도 월마트에서는 주일마다 모든 직원이 모여 ‘이번 주의 영웅’을 뽑아 축하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MIT 경영학과 켄 블랜차드 교수의 저서 제목처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런 행사를 공식화하여‘올해의 00인’과 같은 상을 수여하고 있다. 잘 한 것을 인정해주려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허나 인재는 많은데, 모두 다 상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매일 시상식을 치르기도 어렵다. 수시로 모든 인재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매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바꾸는 것이 뜻밖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리더십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난 한 제조업체의 임원은 자신의 성공 비결이 바로 이런 말 한마디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적할 점이 있으면, ‘이 분석은 좋군.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는 경쟁사 분석은 좀 더 정리되어야 할 거 같은데’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너, 경쟁사 분석 정도는 기본 아냐? 그것도 못해 왔어?’ 이렇게 말하는 것과 메시지에서는 별 차이 없다. 하지만 팀원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를 것이다.  
 
다음 번에 부하 직원의 일에 대해 피드백을 할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 보시라. “애썼어. 이 부분은 잘 됐군. 이런 점을 조금 더 보충하면 어떤가?”
 
인재 Killer #2 :  “00에게 맡길 걸 그랬군…” 
 
똑같은 사람이 한 상사에게 “왜 00씨같이 좀 못하나? 00씨에게 맡길 걸 그랬군” 이라는 말을 듣고, 다른 상사에게서는 “당신은 논리력이 좋고, 00씨는 정보력이 뛰어나지요” 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다. 인재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뛰어난 점이 다르기 마련인데, 리더가 강점이 아닌 단점에 주목한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이러한 리더 밑에서는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장점을 무시하고 단점에만 주목하는 한 마디는 인재의 능력 발휘를 가로막는다. 결과적으로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기업은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여 생산성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세계 최고의 테너로 불리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아직 무명의 신인일 적의 일이다. 한 공연에서 원래 주연을 맡기로 된 성악가가 도착하지 못하여 그 역할을 대신하여 무대에 서게 되었다. 그가 노래를 마쳤으나, 청중석에서는 냉담한 침묵만이 흘렀다. 이 때 그의 아들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아빠, 정말 잘 불러요, 브라보!”라고 외쳤다. 그러자 청중들도 하나 둘 박수를 따라치고 환호하였다고 한다. 아들의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파바로티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 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지식과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들인 ‘창의적 계층’은 도전과 책임, 유연성 같은 내적 보상을 봉급보다 훨씬 중요한 동기부여의 요소로 꼽는다고 한다. 격려의 말 한 마디가 인재가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90년대 미국 최대의 컴퓨터 판매 회사였던 컴프USA (ComUSA)사의 전 CEO인 제임스 헬핀은 직원들의 능력을 무시하고 부족한 능력만을 지적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점포장들과 회의를 할 때, 실적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따로 자리를 배정하여 앉히고 각 점포의 손실률을 명패에 적어 달게 하기도 하였다. 서로 경쟁하여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결과는 도리어 직원들의 능력 발휘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당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를 보면 불신이 팽배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의 재임 기간 중 이 회사는 비즈니스 위크 지에 의해 ‘최악의 고객 서비스를 하는 회사’와 ‘최악의 주주관계를 가진 회사’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회사를 재정위기에 빠트린 그는 부정거래 혐의로 2억불 배상 소송에 걸리면서 해고당했다. 컴프USA의 주식 가격은 2년 만에 1/10로 떨어져 헐값에 매각되었다. 반면에 미국 IT 산업의 성공 신화 중 하나인 세이피언트(Sapient)사는 성격과 스타일이 상반되는 두 CEO가 서로의 강점을 인정한 것이 기업을 일으킨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한 사람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관리자의 표본이라 할 수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비전 중심의 이상주의자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두 파트너가 서로 보완하고 상승효과를 낸 것이 이 회사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발군의 성장세를 거둘 수 있게 했다. 만약 이 두 CEO가 서로의 강점 대신 단점에 주목하였다면, 이 기업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재에게 능력 발휘의 기회를 주는 한 가지 공식적인 방법은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잭 웰치는 GE 회장 재임기간 동안 자기 시간의 75%를 인재를 배치하고 보상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이미 뽑아놓은 사람들을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고, 그들이 낸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집중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에서도 권한 위임과 적재적소 배치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소비재 제조업체인 A사의 경우 생산라인을 개혁하여 종업원 각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작업을 맡겨, 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업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었다. 처음에는 숙련도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새로운 일을 배우는 보람과 재미를 느꼈고 전반적인 생산성도 월등히 높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구성원들이 직접 새로운 기계를 디자인하는 등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성공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당신 주변의 누구라도 지금까지 간과되어온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한 사람씩 어떤 강점이 있는지 생각해 보시라. 다음 번에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당신은 이런 점이 뛰어나니, 이 일을 맡아보는 게 어때?”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재 Killer #3: “당신은 그래서 안 돼 
 
마지막으로, “당신은 그래서 안 돼” 라는 말을 기업에서 가끔 듣는다. 이것이 인재를 죽이는 가장 치명적인 말이다. 그 사람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키워 써야 할 마당에 뛰어난 사람을 이런 말로 죽여서는 조직이 성공할 수 없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당시를 회상하며 그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 리더의 한 마디가 성공의 계기라고 이야기했다. 부상하여 낙심해 있는 그에게 히딩크 감독이 건냈던 “당신은 정신력이 훌륭하니 반드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이를 악물고 뛰어 그림 같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6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가’로 알려진 무하마드 유누스는 “우리가 가능성을 믿기만 하면, 가난한 사람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믿음은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통해 360만 명의 극빈층에게 재활의 기적을 선사했다. 하버드 심리학 교수인 로젠탈은 1968년 수행한 연구에서 지능과 상관없이 선생님이 우수하다고 믿어준 학생들은 더 뛰어난 성적을 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소위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이것이다. “당신은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성공의 가능성을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보아주고 인정해 주는 리더의 말 한마디가 범재를 인재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항공업계의 사례를 보면 이런 말 한마디가 기업이 성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1990년대 아메리칸 항공의 CEO는 로버트 크랜달이었다. 그는 ‘당신이 임신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애(결과)를 보여달라”는 철학을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인격과 가능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수시로 하였다고 한다. 한 승무원은 “회사는 우리를 일회용품으로 취급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힐 정도였다. 결국 아메리칸 항공은 잦은 파업으로 시달리며 재정위기에 빠졌고, 크랜달은 해고되었다. 반면에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COO인 콜린 바레트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우해주는 문화를 정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CEO인 켈러허는 “콜린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대접받고, 존중 받으며,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되고 있다.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전 항공업계가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인 리츠칼튼 역시 탁월한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노조가 강한 호텔업계에서 창사 이래 한 번도 노사대립이 없는 성공적인 운영으로 유명하다. 리츠칼튼의 모토인 “저희는 신사와 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들입니다”를 보면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뒀는지 알 수 있다. 1만4,000명의 직원들 모두를 이 최고급 호텔에 투숙하는 신사숙녀처럼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리츠칼튼은 직원 각자에게 고객만족 수칙을 담은 ‘골드 스탠다드’ 카드에 의거해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서비스상을 수상하는 호텔체인을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리더나 주변 사람들이 죽이려 들어 인재들이 문자 그대로 죽임을 당한 경우도 많다. 이순신 장군, 남이 장군, 계륵의 고사로 유명한 조조의 모사 양수는 같은 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오늘날 기업 사회에서 인재의 기를 살려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인재를 죽이는 일이다. ‘그래 봤자 말 한마디’라고 가벼이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근본적인 경영사상을 이루고 반영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뛰어난 사람이 낸 성과를 제대로 보상하고, 그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모두 이런 말 한 마디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하는 데서 시작된다. 인재를 죽이는 문화를 가진 기업에는 절대로 인재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며, 그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인재를 죽이고 살리는 말들은 우리 입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런 뜻에서 우리는 모두 리더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할 다음의 한 마디는 어느 쪽일까?  <끝>
장수CEO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삼성硏>


둘다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의 짧은 CEO수명을 일컫는 말로 각각 '18개월 내 회사를 떠나는 CEO', '회전문으로 들어갔다 바로 돌아나오는 CEO'를 의미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CEO의 재임기간은 평균 3년 안팎. 그야말로 언제 중도하차할지 모를 회전문 CEO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장수하는 CEO들도 분명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세리)는 최근 경영자 대상 사이트인 세리CEO를 통해 세계적인 장수 CEO들의 장수 비결을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CEO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지난 1980년 MS에 입사, 2000년부터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올해로 9년차 장수 CEO다. 그가 밝히는 장수 비결은 바로 '열정'이다. 그는 리더의 열정이 직원들에게 더 큰 열정으로 전달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IT기술의 발달로 기업 성과가 거의 1주일 단위로 공개되고 주주와 이사회의 평가는 날로 냉정해 지지만 임직원의 가치있는 경험과 자신의 철학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도전하는 정신과 근면성, 각 상품에 맞는 경영전략 수립의 전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강조해왔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의 디아브린에게는 '3P'가 비결이다.

3P란 '사람(People)' '열정(Passion)' '성과(Performance)'로 고객 뿐 아니라 직원과의 의사소통, 교감, 피드백을 통해 기업 성과를 높인다는 선순환을 말한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은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비롯됐다. 에스티 로더에 입사하기 이전 한 장난감 회사에서 일하다가 해직당한 '경험'이 그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리먼브라더스의 '리차드 풀드'는 '내부의 화합'의 중요성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다.

이는 그의 취임 당시였던 94년 리먼브라더스가 증권거래 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나눠 대립하고 있었다는 회사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으며 내부의 평화와 안정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강조해왔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교세라의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는 의욕과 탐욕을 구분하는 '마음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감과 자만심, 부정, 비윤리적 태도를 기업과 CEO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CEO가 자멸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의 한창수 연구원은 "장수 CEO들은 기업환경과 조직 상황에 대한 통찰과 이에 부합하는 덕목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