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일. 한 해의 문이 곧 닫히려 합니다.

누군가는 꿈에 부풀어,누군가는 답답한 마음으로 맞이했을 2007년.

4일 뒤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뒤로하고 365일,8760시간,52만5600분,3153만6000초가 지나가게 됩니다.

당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처음과 끝이 꼭 같은 사람은 없을 테지요.

부푼 꿈이 더 큰 꿈으로 연결되는 행운을 누렸습니까?

꿈이 좌절로 이어졌습니까? 절망 속에서 출발했지만 희망의 씨앗을 보았습니까?

어떤 시간이었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산다는 건 언제나 위대한 것이니까요.

2008년을 어떤 순간으로 가득 채우시겠습니까.

신년 계획을 짜고,노력을 하다 좌절감을 맛본 뒤 그럭저럭 사는 인생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천하기 힘든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선언을 한다고 목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도면밀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건 비단 전쟁터에서만은 아니겠지요.

계획을 세워도 매번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기 일쑤인 당신,어차피 작심삼일(作心三日)일 터이니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당신.

동아일보 위크엔드와 함께 삶의 전쟁터에서 이길 전략과 전술을 배워볼까요.

‘새해 결심 프로젝트’입니다.》

촬영 : 박영대 기자

2008 무자년 ‘작심 365일’ 성공법

○ 이들처럼 계획을 짜자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은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다. 누구나 늘 바쁘다. 시간을 관리하지 않으면 항상 바쁘면서도 남는 게 없는 일상이 반복되게 마련이다.

국내외엔 시간 관리의 대가들이 적지 않다.

미국 방문판매 화장품 회사 ‘메리케이’의 창업자인 메리케이 애시 회장.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퇴근 전 다음 날 할 일 6가지를 적고 순위를 매긴다. 다음 날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 일에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직접 다려야 사랑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탁소에 빨랫감을 맡긴다. 가족이 일어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나 정도 끝내기 위해 ‘새벽 5시 클럽’을 만들어 남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판 ‘메리케이 애시’도 많다.

전국에 300개 지점이 있는 ‘석봉 토스트’의 김석봉 사장은 용접공, 공사장 노동자, 웨딩 촬영기사, 길거리 과일 노점상, 세차장 직원, 정비공장 직원 등을 거쳤다. 하지만 현재는 연봉 2억 원대의 최고경영자(CEO)다.

김 사장은 전국의 가맹점 점주들에게 직접 만든 소스를 공급하고, 삼성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코오롱 등 대기업과 대학에 성공 스토리 및 서비스 정신 강연을 다니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는 4명의 자녀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집필하는 등 ‘충분한 여가’를 즐기고 있다. 비결은 체계적인 메모에 있다.

“평생 바쁘게 살지 않은 적이 없었죠. 1년을 돌아보면 내가 뭘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 거예요. 마치 시간을 도둑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2001년부터 나의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록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이어리를 체계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일기장, 다이어리, 쪽지 등에 열심히 기록했다. 수많은 정보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 쪽지 하나를 찾으려 해도 1주일이 걸리기 일쑤였다. 이 같은 혼란을 쓸어내기 위해 모든 정보를 하나의 다이어리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 일과를 A, B, C 세 단계로 나눴다. A는 즉시 시행해야 할 일, B는 여차하면 미룰 수 있는 일, C는 남에게 부탁해도 될 일이다.

‘10시 전국 가맹점 점주들과 미팅’은 A다. 회의 중 ‘다음 달 기업체 강연’ 연락이 오면 B로 분류한다.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있을 지인의 자녀 결혼식은 C로 표기한다. 만일 시간이 없으면 화환이라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의 왼쪽에 일정과 A, B, C 분류 알파벳이 빼곡히 적혀 있다면 오른쪽에는 시간대별 한 일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일과를 마친 뒤 잠자리에서 시간대별 기록을 보며 하루를 돌아본다. 김 사장은 “다이어리를 쓰면서 놀란 건 꿈도 명예도 돈도 다 시간 안에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에서 인사담당 상무로 근무하다 라이프컨설팅 코치로 활동하는 이혜숙 씨는 연말마다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며 ‘나에게 일어난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그녀는 “‘나에게 영향을 준 10명’, ‘연말에 내게 줄 10대 선물’ 등을 뽑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 해를 반성해야 새해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 박영대 기자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오전 3, 4시 무렵에 하루를 시작해 오후 10시면 마감한다. 밤잠이 많고 새벽잠이 없는 자신의 생체 리듬에 맞게 업무를 조정했다.

그는 하루를 설계할 때도 비슷한 업무끼리 묶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처리한다. 일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 소장은 새벽에는 주로 책을 집필하고, 오전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기고할 글을 쓰고, 오후에는 인터뷰나 강연 등 대외 활동으로 보낸다.

택배나 퀵 서비스 등 예상치 못한 방문객으로 인해 일의 흐름이 끊길까 봐 집 앞에 ‘택배, 퀵 서비스 배달물품은 무조건 경비실에 맡겨 달라’는 메모를 붙여 놓았다.

그는 3개의 다이어리를 관리한다. 매일의 일을 기록하는 수첩형 다이어리, 한 달을 계획하는 노트형 다이어리, 1주일을 계획하는 A4 용지가 있다. 그는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 월간 계획을 시각화하는 게 좋다”며 “두뇌는 시각자료를 잘 처리하기 때문에 한 달이나 일주일의 중요한 일을 한눈에 들여다보면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안하기 계획에 성공하려면

새해 계획 중 빠지지 않는 게 금연, 금주, 단(斷)도박이다. 대부분 습관화되어서 웬만해서는 끊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연초에 굳게 결심하더라도 1년에 서너 번씩 ‘이번에는 정말 끊겠다’는 선언을 반복하거나 결국은 포기하고 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직장인 박찬성(37) 씨가 그런 경우다. 박 씨는 매년 초, 자신의 생일, 아내의 생일, 결혼기념일에 금연을 선언한다. 금연선언을 하면서도 짧으면 일주일, 길면 세 달 안에 다시 흡연하게 되리라는 걸 안다. 금연을 선언할 때마다 아내는 “이번에는 얼마나 가나 보자”면서 날짜를 센다.

이런 경우 가족, 특히 자녀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다. 가톨릭대 의대 성가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자녀가 ‘아빠가 담배를 끊으면 나는 TV를 보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 아버지가 금연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가족 사진을 회사 책상에 붙여 놓고 자녀와 약속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 씨는 “친한 친구, 연인, 가족으로부터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을 때 일을 추진할 의욕을 쉽게 얻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자.

음주가 과한 사람이라면 △술을 마셨을 때 좋은 점 △술을 마셨을 때 나쁜 점 △술을 끊었을 때 좋은 점 △술을 끊었을 때 나쁜 점을 종이에 적어 보는 일이다.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술을 끊었을 때는 가족이 좋아하고 건강에는 좋지만 술친구를 잃고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는다. 4가지 요소를 살펴본 뒤 스스로에게 유리한 행동을 결정하면 된다. 이런 용지는 TV나 책상 등 늘 눈길이 가는 곳에 붙여두면 좋다.

만일 자신의 의지로 행동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라면 전문가를 찾아가 약물치료와 함께 중독 현상에서 헤어나오겠다는 의지를 일깨워 주는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받는 게 좋다.

○ 결심 프로젝트 가장 큰 적은 포기

‘결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적은 포기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100% 완성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실패해도 다시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영어강사 이보영 씨는 영어공부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실력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으므로 길게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공부 과정에서 정체기와 회의기가 생기게 마련이란 걸 알고 이럴 때 포기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작심삼일이라고 하지만 3일에 한 번씩 결심하면 어쨌든 공부를 지속하게 된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공 소장은 “시간관리를 잘하는 편인 나도 100이라는 목표를 세워 50만 달성할 때가 많다”며 “중간만큼 한 사람은 하나도 안 한 사람보다는 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축하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신과의사 크리스 라반 씨는 저서 ‘심리학의 즐거움’에서 “무슨 일을 할 의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실행해 보라”면서 “불과 1주일이라도 학원을 다니면 계획했던 일이 의외로 쉬운 과정이라는 걸 알게 돼 다음에 다시 도전하기 쉽다”고 말했다.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다이어리 잘 활용하면 ‘하루가 48시간’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는 어린 시절 ‘축구 일기’를 썼다. 초등학생 시절 그의 일기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축구 얘기로 도배돼 있었다. 매일매일 축구에 빠져 살며 축구에 대한 고민을 적어 나간 열정이 성공의 초석이 됐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일기는 한 사람의 삶의 기록이면서 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그냥 있었던 일을 모두 기록하면 끝일까? 일기 및 다이어리의 ‘고수’ 들은 일기를 잘 쓰는 법과 잘 꾸미는 법, 잘 관리하는 법이 모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타가 인정하는 일기·다이어리의 고수 세 명에게 일기 잘 쓰는 법을 들어봤다. 여기서 ‘일기’는 그날그날의 기록을, ‘다이어리’는 일기와 스케줄과 미래계획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인기록을 뜻한다.
◇다이어리 꾸미기의 ‘고수’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날의 일을 기록하기도 한다.

#‘일기 고수’ 김수홍씨의 일기 쓰는 법

‘일기 비책’(바탕교육)의 저자로 ‘일기쓰기 전문가’로 불리는 김수홍씨는 “일기는 한 사람의 삶과 함께하며 그 삶을 가꾸고 꿈을 이루게 하는 든든한 친구이며 스승”이라고 정의했다. 김씨는 “일기는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고 글 쓰는 힘도 기를 수 있다”며 “일기를 잘 쓰면 논술·취업시험·보고서 작성 등 삶의 모든 분야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일기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기쓰기의 원칙으로 ▲한 가지 사건을 접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가져라 ▲일기쓰기가 익숙하지 못할 땐 제목을 붙이면 주제에 집중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저녁에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글감이 생각나면 바로 써라 ▲서술체가 지루하게 느껴질 땐 대화나 혼잣말 등을 삽입하면 더 생생한 일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는 넋두리형 일기·단순나열형 일기·밋밋한 일기·전달식 일기 등은 오래 써 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글솜씨도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기쓰기에 익숙지 않다면 수필 형식·편지 형식·시형식 등으로 다양화해 써 보는 것도 좋다”며 “일기쓰기를 어린 시절부터 습관화하면 삶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날 찍은 사진을 오려 붙여 놓으면 그날의 사건을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3년 동안 쓸 수 있는 ‘3년일기’. 3년 동안 일기를 쓰면서 비교분석할 수 있다.

#‘다꾸 고수’ 서영민씨의 다이어리 꾸미는 법

10∼20대는 흔히 인터넷 세대로 인식되지만, 의외로 스티커와 일러스트, 색색가지 펜 등을 사용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열광하는 사람도 많다. 왜 시간과 돈을 들여 꾸미는 걸까? 회원 18만명을 거느린 네이버 카페 ‘다이어리 꾸미기’의 매니저인 서영민씨는 “다이어리를 꾸민다는 것은 자신의 기록에 개성을 담는 것”이라며 “몇년 전 나의 모습과 생각을 단순히 글 한줄로 남기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다이어리 꾸미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이를 예쁘게 꾸며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자료로 남겨둔다는 것이다. 다이어리는 일기장처럼 그날의 일을 길게 쓸 수도 있고 메모장처럼 간단하게 적을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그날의 일을 다이어리의 칸 크기에 맞게 기록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서씨는 ‘다꾸’를 3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로 깔끔하게 일과를 정리하는데 익숙해지면서 간단한 그림이나 스티커로 그날의 기분이나 메뉴 등을 표시한다. 글자만 가득찬 다이어리보다 훨씬 보기 좋아진다. 2단계는 사진을 이용한다. 잡지에서 사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가고 싶은 곳 등의 사진을 오려 붙인다. 다이어리가 점점 화려해진다. 3단계는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단계다. 자신을 닮은 캐릭터가 그날의 일과 기분, 계획 등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꾸민 다이어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진다. 문구점에서 파는 스탬프나 색색의 포스트잇, 스티커 등을 활용해도 재미있다.
◇다이어리에 그날 사용한 티켓이나 영수증 등을 모아두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대표적인 바인더형 다이어리인 프랭클린 플래너 2008년 제품.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표지를 디자인했다.

#‘다이어리 활용 고수’ 니시무라의 다이어리 활용법

‘성공하는 사람의 다이어리 활용법’,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순서가 한눈에 보이는 정리의 기술’ 등의 저서를 잇따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낸 니시무라 아키라씨는 다이어리 관리와 시간관리의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다이어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루를 48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다이어리는 스케줄과 메모관리 기능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해 나가는 데도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니시무라씨가 ‘성공하는 사람의 다이어리 활용법’(황금부엉이)을 통해 강조하는 다이어리 활용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가을부터 내년을 위한 새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내년 설계를 시작하라 ▲잠자는 시간을 깨워라 ▲다이어리를 데이터뱅크로 만들어라 ▲대형 프로젝트는 포스트잇으로 세분화하라 ▲다양한 색깔로 업무를 구분하라 ▲1시간을 4등분해 시간을 관리하라 ▲꼼꼼함이 인맥을 키운다는 점에 유의하라 ▲외부사람들과 점심약속을 만들어라 ▲인생계획표를 만들어라 등이다.

그는 “다이어리를 쓰는 목적은 업무나 회의 일정을 잊지 않는 게 아니라 그 사이의 공백을 찾아내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직장인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자기계발과 인맥관리를 다이어리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사진:제토이디자인)
◇책 모양 다이어리로 10∼20대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악몽 다이어리’ 세트. 편지봉투와 스티커 등이 포함돼 있어 다이어리 꾸미기에 좋다.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탬프.◇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


디자인보다 실용성 우선

>> 일기장·다이어리 고르는 법
 

일기를 쓰기로 했다면 마음에 드는 일기장 또는 다이어리를 고르는 것이 급선무다. 문구점이나 서점에 가면 수백 종류의 다이어리가 있는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우선 고려할 사항은 실용성과 본인의 생활 패턴이다.

일반적으로 노트처럼 생긴 것은 일기장, 스케줄이나 메모를 체계적으로 써넣을 수 있는 두툼한 것은 다이어리로 구분한다. 속지가 백지 또는 노트용 줄이 쳐진 종이로 구성된 일기장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케줄 관리는 힘들다. 다이어리는 필요한 기능별로 속지가 세분화돼 있어 들고 다니면서 들춰보거나 필요한 사항을 메모하기에 편리하다.

다이어리는 크게 책 모양 다이어리, 바인더형 다이어리, 포켓북 등으로 구분된다. 책 모양의 다이어리는 사진, 일러스트, 캐릭터 등이 인쇄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나 속지를 갈아끼우거나 사용자 편의에 맞게 변경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1년 분량으로 제작된다. 최근 디자인에 신경 쓴 세련된 제품이나 인기 캐릭터나 유명 화가의 작품을 그려넣은 제품이 늘어나면서 바인더형 다이어리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휴대가 간편한 포켓북 형태의 다이어리.

바인더형 다이어리는 겉과 속이 분리될 수 있도록 링 바인더를 이용한 것으로, 사람들이 다이어리 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형태다. 속지를 계속 바꿀 수 있어서 실용적이며, 겉표지에는 카드꽂이와 명함꽂이 등이 달려 있다. 속지만 바꾸면 몇 년 동안 쓸 수 있으므로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며, 값비싼 가죽 등의 소재로 만들기도 한다. 가죽 소재는 손때가 묻을수록 멋스럽다.

포켓북은 얇고 작은 수첩 크기의 다이어리를 뜻한다. 작고 가벼워 셔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한 페이지에 일주일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고 짧은 일기를 쓰기에 적당하다.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주로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온라인 일기’도 추천할 만하다. 온라인 일기 사이트는 ‘인터넷일기장’(www.cyber-diary.com), ‘누드다이어리’(www.nudediary.com), ‘앤체리’(www.ncherry.com) 등이 있는데 회원들이 서로의 일기를 읽고 조언하고 격려하는 형식으로 쓸 수 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 서비스에도 일기 기능이 있다. 블로그 일기 코너에 일기를 쓰면 날짜별로 찾아보기도 쉽고, 그림이나 사진을 삽입할 수도 있다.

권세진 기자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쿠키 사회] ◇ 대구교보문고 지하 핫트랙에 가보니…

예전 다이어리가 아니라고 한다. 사실일까? 확인하고 싶어 요즘 10~20대들에게 '꿈의 문고센터'로 불리는 대구 교보문고 지하에 있는 핫트랙의 한 코너, 디자인 다이어리 매장을 둘러봤다.

성수기(매년 10월 중순~12월)가 지났음에도 학생들로 북적댔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요즘 디자인처럼 알록달록하고 개성만만했다. 저들이 저러니 다이어리도 변할 수밖에 없겠다. 한창 때면 45개 다이어리 브랜드가 이 매장으로 몰려든다. 매장에는 150종이 넘는 별의별 다이어리가 깔려 있었다.

거기서 만난 류수민 양(16)은 "다이어리는 바로 '나'이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고가라도 맘에 들면 반드시 산다. 요즘 다이어리는 일기만 적지 않는다. 내 생활과 관련된 모든 걸 다 올린다. 심지어 영화티켓까지도 꽂아둔다"고 말했다.

10~20대를 겨냥한 다이어리에는 흑백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그림이 올려진 '일러스트 다이어리류'가 대세다. 하지만 30대 이상 직장인들은 좀 다르다. 아직 무채색톤의 정통 스타일의 업무용 다이어리에 치중한다. 양지 다이어리와 함께 1988년 태어난 오롬시스템(주)이 사무용 다이어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특히 오롬은 95년부터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양장 커버에 1일 기록지, 그리고 필기구까지 꽂도록 된 'VIP용 고급 포켓 다이어리 시대'를 만들고 있다. 오롬이 생산한 것 중에 가장 비싼 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을 겨냥한 17만원짜리 젬 다이어리(Gem Diary). 2003년 나온 이 다이어리는 임신 1주일부터 출산 24개월까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 각종 예방주사 접종시기, 임신 중 체력관리 및 식이요법 등 관련 정보가 총정리돼 있다. 오롬은 소유자의 이름이니셜을 은박, 금박, 불박 등으로 무료로 각인해준다.

다이어리는 '프랭클린 플래너' 등 전통적 기능에 역점을 둔 '시스템 다이어리'와, 카툰 및 일러스트로 미적 요소를 강조한 '캐릭터(디자인) 다이어리'로 대별된다.

프랭클린 플래너, 오롬 다이어리 등 주 타깃을 직장인으로 잡고 있는 시스템 다이어리는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현대인들의 시간관리 및 성과관리를 위한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주간·월간·연간 속지도 별도로 판매한다. 교보문고측은 지난 연말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100인을 선정해서 관리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모토를 걸고 목표 설정과 인맥 관리에 중점을 둔 15만원짜리 '셀프 코칭 다이어리'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CEO는 수입품 MCM, 루이 까또즈 등 평균 10만원 이상 고가 다이어리에 관심을 보인다. 특히 올해는 업체들이 월 14일을 '다이어리 데이'로 설정했다. 물론 화이트 데이(3월14일), 블랙 데이(4월14일)에서 힌트를 얻은 발상이다.

최근에는 다이어리 북도 나온다. 다이어리의 기능에 월별 추천 여행지 등 풍부한 여행 정보를 접목시킨 신개념 여행 수첩 '트래블+다이어리'(위즈덤하우스 간)이다. 1년을 52주로 나눠 각 주마다 적합한 여행지를 숙박 및 교통 등의 정보와 함께 소개하고, 전국 유명 맛집 600곳도 별도로 열거했다.

◇일러스트 다이어리 올해도 폭발적인 인기

현재 핫트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육심원 다이어리(AM 갤러리)와 7321의 앨리스와 도로시 다이어리.

이들 때문에 디자인 다이어리, 일명 '일러스트 다이어리 시대'가 열린다.

이 흐름을 주도한 건 이화여대 출신 동양화가 육심원씨(33). 그녀는 본인 이름을 걸고 그림을 일기장, 수첩, 사진첩, 휴대전화 고리, 책갈피, 가방 등의 미술상품으로 제작했다. 1년만에 매출액이 24억원에 달했다. 그림은 전시회 이틀만에 모두 판매됐다. 한국 미술역사상 5번째 개인전을 연 젊은 작가가 자신의 미술상품 브랜드를 이만큼 성장시킨 사례가 있을까. 그녀는 못생겨도 깜찍하고 이지적이며 풋풋한 '21세기형 미인도'를 그려 다이어리에 올렸다.

육심원 다이어리 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게 10년짜리 다이어리(3만9천원). 다이어리를 펼치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칸의 일기 쓸 공간이 있다. 한 해 적고 다음 칸엔 그 다음해의 일기를 적어내려가면 된다.

지난해 9천800원짜리 그림 있는 앨리스 다이어리도 엄청 팔렸다. 누렇게 빛바랜 재생지 톤의 커버에 미국서부시대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찍혀있다. 내용도 여학생들이 혹하게 매치시켰다. 마이 컬처 코너에선 새롭게 사귄 이성 친구와의 각종 얘깃거리를 적도록 했다. 커버(1천원)도 새로 갈 수 있다.

일러스트 다이어리는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각종 아이디어가 총투입된 만큼 원가도 평균 1만~2만원선.

◇ 도대체 수첩이야 책이야 아님 혹시 액세서리?

비밀유지? 아니다. 이젠 오픈이다.

무채색? 아니다. 컬러풀이다.

노트라고? 아니다. 액세서리용 책이다.

달라진 다이어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 다이어리는 책과 수첩을 합쳐놓은 '아트북(Artbook)'으로 진화했고 베스트셀러북으로도 발돋움했다. 물론 이 흐름과 무관하게 정통 다이어리 시장을 지키는 브랜드도 있다.

다이어리가 인기를 끌면서 '예쁜 손글씨 쓰기(POP 글씨)'까지 덩달아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 카페 '다이어리 꾸미기'에는 글씨 예쁘게 쓰는 법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코너가 따로 있다. 최근 출시된 다이어리들은 젊은 세대의 이런 '혼자 놀기'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이어리 곳곳에 계절과 시즌에 맞는 살빼기 정보, 탄생석 정보 등 읽을거리를 넣어둔다. 기계로 많이 찍어낸 닮은 꼴 다이어리는 DIY 계열의 수제품한테 밀릴 수밖에 없다. 일기장을 사러 문방구로 몰려가던 시절은 끝났다.

거기서 팔리는 건 고작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겨냥한 그림 일기 노트 정도. 이젠 팬시전문 문구점에서 그걸 더 많이 판다. 그들에겐 이 다이어리는 1년간 동고동락할 수 있는 '애완북'인 셈. 다이어리 작성할 때 볼펜만 있으면 안 된다. 포스트잇, 스티커, 3색 볼펜, 색연필, 가위와 풀 등을 구비해 놓는다. 다이어리에 온갖 기념물 등을 오려 붙일 수 있게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